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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루트임팩트]
내 마음의 ESG

 〈매거진 루트임팩트〉는 매주 1회씩 4가지의 콘텐츠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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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ESG

2020년이 한달반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미국 대선을 두고 <2020>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 같다고들 하더군요. 지난 대선일, 가게는 서둘러 합판을 두르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올려 썼습니다. 기대와 희망 (혹은 무관심) 대신 불안과 걱정이 자리했고요. 서로에 대한 “경계 (border and warning)”가 최고조였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목요일, 저는 금요일부터 이런저런 숫자를 보며 마음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미동부시각 오전 11시 24분 CNN의 월프 블릿처 (Wolf Blitzer)가 가장 처음으로 대선 결과를 얘기했고, 마침 따뜻한 봄날 같았던 뉴욕의 거리는 박수소리와 응원 그리고 환희로 가득했습니다. 이례적으로 토요일 밤에 치러진 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연설을 기다리며 저 역시 2020년 들어 처음으로 친구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회복과 안도의 주말을 보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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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매거진 루트임팩트>는 마음챙김 (Mindfulness)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도, 한국 희극인의 죽음도 이번 호를 완성도 있게 발송하는 데에 걸림돌이었습니다. 이 곳의 동료들에게 한국 사망 원인의 네번째가 자살이고, 절대 수치로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라고 했더니 갸우뚱해 하더라고요. K-POP의 흥이나, K-방역의 철저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긴 모양입니다.


코로나 감염이나 사망이 계속 늘고 있는 미국은 아직 대부분 재택근무 중이에요. 9개월째 이 생활이 지속되니 마음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집에 아예 멍때리는 장소를 하나 마련하여, 볕이 좋은 시간에 창가에 화분을 몇 개 놓고 이삼십분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곤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좀 게을러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멍때리며 가벼운 기사를 읽다 보니, 이번 리서치를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ESG가 아닌 “마음의 ESG를 챙기자”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Eat, Socialize and Go Green의 ESG”. 한 사람의 마음이 작은 우주인 양, 지구를 챙기기 위한 ESG, 마음을 챙기기 위한 ESG, 둘이 닮은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1. Eating Well


유투브 먹방엔 대식가가 많더라고요. 저도 먹는 걸 참 좋아하고 잘 먹지만, 한꺼번에 라면 다섯개를 먹을 생각은 없습니다. 전 그 친구들이 카메라를 끄고도 기분이 좋을지 궁금합니다. 2015년 하버드 의대의 연구를 보니, 음식은 감정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95%는 위장에서 만들어진대요. 그러므로 위장 활동은 소화계는 물론, 신경계 즉 감정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죠. 그 신경계는 유산균,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익균이 많을수록 기능을 잘 한다고 합니다. 염증도 줄여주고, 영양 흡수도 도와서 위장이 뇌에 좋은 영향을 주도록 하는 겁니다. 연구진은 설탕이나 가공음식이 많은 서구식 밥상을 일본과 지중해식 밥상과 비교했는데, 후자의 경우 우울증 위험이 25%에서 35%까지 낮아진다고 밝혔습니다. 식단의 비밀은 채소, 과일, 가공하지 않은 곡물, 천연 유산균이 많은 발효식품, 생선, 해산물 그리고 기름기 적은 육류나 유제품입니다. 즉, 유익균 생성에 도움되는 식단이 소화, 흡수, 염증에 관련되어, 감정과 에너지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거잖아요.


따라서 본인이 자주 먹는 음식에 가공음식이나 설탕이 많고, 요즘 좀 우울하다 싶으면, 유익균 생성에 도움이 되는 식단으로 바꿔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 가까운 산지의 식재료를 사먹으면 운동을 덜 해도 기분이 덜 우울해지더라고요. 물론, 전원생활을 하며 직접 키운 채소를 먹고 사는 꿈을 꾸지만, 도시 한복판에 사는 제게 그리고 대부분의 구독자에게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 그럴 때는 이 푸드마일을 고려해서 장을 보면 어떨까 싶네요. 푸드마일은 식재료가 밥상에 올라오기까지의 거리를 계산한 것입니다. 음식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배달 등 식재료 유통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등으로 환산한 것이죠. 위의 연구 결과와 이를 함께 놓고 유추해 보면 이 푸드마일을 줄이는 것이 내 몸과 지구의 환경 뿐 아니라 내 마음과 정신건강까지도 챙기는 것이라는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입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꽤 생긴 것 같은데, 미국은 Misfits Market과 같이 못생긴 채소를 모아서 조금 저렴하게 파는 푸드스타트업도 하나 둘 생기고, 또 예전부터 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의 정기배달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이런 서비스가 푸드마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도 브롱스에서 일하면서 새로 배운 개념이 있습니다. 음식의 사막 (Food Deserts)라는 개념인데요. 말 그대로 음식이 말라있는 지역이라는 뜻으로, 적절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양질의 신선 식품이나 식재료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이 역시 불균형이 심하여 유색인종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곧 음식사막인 경우가 많고요. 2009년 자료이긴 한데, 미국 농업청에서 낸 리포트 에 의하면 2천만명의 미국인은 음식 사막에 산답니다. 리포트 발간 이후 지난 10년간 특히 코로나 이후 더욱 양극화된 지역불평등은 분명히 더 많은 음식사막을 만들었을 테고요.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사업을 하고 있는 브롱스의 음식사막 문제 역시 최근 저희가 눈여겨 보는 주제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브롱스에 사는 제 동료는 오가닉 제품을 구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한참을 가기도 하고, 커뮤니타스 벤처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가자 중 음식 문제를 푸는 로컬 스타트업이 많기도 합니다. 스스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를 보는 깊이도 다르고, 솔루션도 꽤나 실용적입니다. 


이처럼 ‘잘 먹는 것과 잘 먹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잘 먹을 수 있는 조건이 부족한 지역에 관심과 리소스를 투입할 이유나 전략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지요. 개인은 말하자면 푸드 리터러시 (Food Literacy)를 갖추는 것이, 커뮤니티는 잘 먹을 수 환경과 산업구조를 갖추는 것이 모두가 심신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겠습니다.


 

2. Socializing & Speaking


아이작 뉴튼은 흑사병이 돌 때 캠브리지를 떠나 Woolsthorpe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뉴튼의 법칙의 근간을 다졌습니다. 그 기간을 Annus Mirabilis, 경이로운 시간들이라고 한대요. 글쎄요,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 부부의 2020년은 경이로운 해일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평범한 우리들에게 경이로움이란, 예술작품이 됐든, 친구/동료와 대화가 됐든, 가족과 휴가가 됐든 ‘매일매일의 건강한 관계와 순간’에서 오는 것 아닐까요? 나를 알아주고, 또 내가 알아보는 건강한 관계맺기의 순간에서 얻는 그 경이로움 말입니다. 


이제는 미국이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부통령을 가진 나라가 되었지만, 지난 시월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만 해도 카말라 해리스는 여전히 발언권을 빼앗기는 여성 후보였습니다. 계속되는 방해에 “I’m speaking”이라고 말해야 했고, 기분이 상했을텐데도 “웃으면서” 말해야 했습니다. 


론다 마지 (Rhonda Magee) 교수님은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법학과 명상을 가르치고 계세요. 1967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유색여성이란, 상당한 인종/성차별을 겪었음을 의미합니다. 아버지는 파병 후 트라우마 때문에 마약중독에 빠졌고, 이후 할머니 손에서 자라셨고요. 할머니는 담배잎을 따고 백인가정의 청소부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마음은 단단했고,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으셨대요. 그런 할머니를 보면서 자란 교수님은 구조적으로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보았고, 한편으로는 자존감/마음챙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해요. 교수님은 지금도 법학과 학생들에게 앞으로 도전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마음챙김을 법학과 함께 가르치십니다.  에서 교수님은 웰빙프로젝트에서 만들고 있는 사회 혁신 리더들의 마음챙김의 움직임을 반가워하십니다. 리더가 마음을 잘 챙기면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겠죠? 그러면 여러 문제에 더 공감하고, 제대로 회복할테고, 현재에 집중하고, 편견은 덜해질테니까요. 교수님께서도 세상과 개인을 비교하십니다. 교수님은 개인의 마음챙김을 두고 “Personal justice”라는 개념을 도입하시는데, 이는 사회의 정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개인이 마음을 단단히 챙기며 흔들림 없는 차분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어떤 (과거의) 억압의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의 정의 (Justice) 역시 유사한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개인의 마음챙김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론다 마지 교수님과 흔들리지 않고 내가 말할 차례라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본인의 논조를 풀어낸 카말라 해리스. 무엇이 이 여성들의 회복력 (Resilience)을 만든 것일까요? 얼마 전 뉴욕타임즈의 기사 는 높은 회복력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을 아래와 같이 발견했습니다. 


- 긍정적이며 현실적 시야.  
- 옳고 그름에 대한 윤리적 잣대. 
- 보다 커다란 존재에 대한 믿음.
- 이타심; 타인을 배려하며 이기심이 없음.
- 바꿀 수 없는 것을 수용하며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 
- 미션, 의미 그리고 목적이 있음. 
- 사회적 관계가 있고 타인을 지지함. (극소수만 홀로 감) 


쓰고나서 보니 마음의 ESG의 S, Socializing은 오히려 ESG의 G, 즉 Governance와 가까운 개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자들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Governance라는 요소는 한 조직에 구조적 차별 없이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주요직에 배치했나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조직 운영에 충분히 녹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어려운 개념은 차치하고, 다른 상황에 놓였던 특히 차별을 받고 이를 극복해본 사람이 가진 경험과 관점은 다르며, 이는 조직운영에 실질적 큰 도움이 되는 필수 요소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리더의 마음챙김이 중요한 이유는 이 커다랗고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담을 공간이 그 한길 사람 속에 충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유색의 여성인 카말라 해리스가, 성소수자인 피트 부티제지가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뾰족하고 스마트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전업이든 부업이든 주변에 예술가가 많습니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큰 힘을 얻거든요. 제 주변 예술가들의 설명은 아주 명료하고 이성적입니다. 작품을 위한 수많은 스토리를 몇 분 짜리 필름에 담기까지 스스로와 주변을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전 예술가들의 표현과 다양한 경험에 자주 기대는 편입니다. 제가 혼자 고민하는 문제를 그 친구들과 나누면 어느새 솔루션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 순간이 제겐 치유의 경이로운 순간이고 저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경영전략입니다. 제게 예술가 친구들과 관계가 소셜라이징이고 또 governance라면, 누군가에게는 친구, 가족 등 중요한 관계가 그것들이겠죠. 이를 통한 흔들림 없는 마음의 바탕 위에, 다양하고 건강한 관계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그것이 바로 론다 마지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개인의 정의 (Personal Justice)의 실현이며 사회가 건강하게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3. Going Green

그리고 자연입니다. 저만의 멍때리는 장소엔 화분이 있습니다.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새로 난 이파리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주말에는 산에 갑니다. 산에 가거나 화분을 키우는 것, 둘 다 긍정적 감정이고 또 새로운 생명에 대한 경외와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저는 저를 위해 꽃을 사거나, 꾸준히 화분을 키우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봄, 여름을 거의 집에서만 보낸 후, 그저 살기 위해서 자연을 집안으로 그리고 맘속으로 들이고 있는 것이죠. 코로나 덕에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던 제게 자연은 덤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이라는 간단한 기사는 자연이 우리의 정신건강과 그리고 회복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이야기하고있습니다. 우선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이 만든 생명에 대한 사랑 (Biophilia)이란 개념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이 하지 못 하는 것은 큰 손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자연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자연에 있는 시간은 회복력을 키워줍니다. 우울감을 줄여주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이 떠오르게 도와주고 또 문제해결능력을 제고합니다. 수술 후 녹색의 자연을 많이 보면,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통증과 공포도 줄여준다고 하네요. 큰 자연에 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면 실내에서 작은 정원을 가꿔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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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zzo (출처: Lizzo and David Letterman Discuss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

<내마음의 ESG>를 마무리하는 사진으로 Lizzo는 좀 뜬금 없나요? 넷플릭스의 데이빗 레터맨 쇼에 최근에 나온 뮤지션이에요. 인종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그녀의 인터뷰도 힘차고 희망찼지만, 이 친구가 무대에서 한 얘기가 잊혀지지 않네요. 관객을 향해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얘기하면서, 나처럼 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당신들이라면, 스스로를 더욱더 사랑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Tara Brach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