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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더 나은 미래]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 인류의 마지막 보험, 임팩트 비즈니스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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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보험업’이라는 비즈니스가 어려서부터 내겐 무척 익숙했다. 자세한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만약 우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보험은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대한민국 운전자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1만5000km.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확률은 10만km당 1회 정도라고 한다. 확률상 6~7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조차 가벼운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확률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연간 수십만원, 혹은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보험료로 지급하고 있다. 확률의 함정 때문이다. 누군가는 100만km를 달려도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주행 10km 만에 대형 교통사고에 휩쓸릴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이라 여겼던 보험이 그 어떤 것보다 간절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는 생각이 든다. 교통사고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폭우가 쏟아지는 산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꼴이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전염병과 환경 파괴, 자원 고갈, 극단주의와 혐오주의 세력의 난립 등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에 ‘최적화 인류’라는 이름으로 글을 연재하게 된 건 이런 현실 인식 때문이다.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류는 무한히 성장하는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발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여태껏 지불하지 않았던 환경 비용과 사회 비용을 뒤늦게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을 납부하면서 갚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반짝했던 성장과 번영의 서사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최적화’해야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2050년까지 다음 한 세대에 걸쳐 어떻게 무너질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현실적인 예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오던 사계절이 사라지고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초대형 산불이 들이닥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그로 인해 농축산업이 어그러지면서 식자재 물가가 30~40% 수준이 아닌 4~6배로 뛰는 식량안보 위기 시나리오, ‘한민족의 기상이 어린 호랑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한반도가 야금야금 바다에 침식당하는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 그리고 성장과 번영 서사에 도취되어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예측을 코앞에 들이대도 여전히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쁜 각국의 정치사회적 혼란 시나리오 등을 펼쳐보이려 한다.


물론 이렇게 암담한 이야기들만 늘어놓겠다는 건 아니다. 시나리오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들, 즉 ‘임팩트 비즈니스’들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다만 여기서도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임팩트 비즈니스가 피해를 막아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더 이상 선의(善意)에 의한 사업이 아니며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여유시간에 하는 취미 활동도 아니다. 우리의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을 관리하며, 최소한의 자원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물자들을 최대한의 효율성으로 만들어내는 것. 임팩트 비즈니스는 무한한 성장에 대한 맹신으로 내달려온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보험’이 될 것이다.


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 겸 HGI 의장

▶ 기사원문보기 : http://futurechosun.com/archives/51635